막걸리, 약주, 소주… 우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다양한 전통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의 술은 와인이나 맥주처럼 일상에서 쉽게 즐겨 마시는 술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단순히 맛이 없어서? 아니면 홍보가 부족해서?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그 뒤에는 생각보다 깊고 단단한 '정책의 벽'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술, 전통주가 왜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지, 그 속에 숨겨진 정책적인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려 합니다. 답답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 함께 알아볼까요?
1. 불합리한 주세법: '종가세'라는 족쇄
혹시 '종가세'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는 술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 중 하나인데, 술의 출고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통주는 대부분 소규모 업체에서 생산하며, 좋은 재료와 전통적인 방식으로 술을 빚기 때문에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출고 가격이 높으니 세금도 덩달아 높아지는 겁니다. 마치 "착하게 살면 손해"라는 말처럼, 좋은 술을 만들면 만들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는 불합리한 구조인 셈이죠.
예시:
만약 A라는 전통주 업체가 고급 쌀과 누룩을 사용하여 1병당 10,000원에 술을 출고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같은 종류의 술을 B라는 대기업에서 값싼 재료로 만들어 5,000원에 출고한다면, A 업체는 B 업체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러한 종가세 방식은 전통주 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가격에 전통주를 구매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는 곧 전통주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인 것입니다.
2. 대기업 중심의 유통 구조: 기울어진 운동장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수많은 술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술들입니다. 영세한 전통주 업체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현실은 냉혹합니다. 국내 주류 유통 시장은 이미 대기업들이 꽉 잡고 있습니다. 소규모 전통주 업체들은 자체적인 유통망을 구축할 엄두조차 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대기업 유통망에 기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높은 수수료와 불리한 계약 조건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점:
- 높은 수수료: 대기업 유통망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는 전통주 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 불리한 계약 조건: 대기업은 전통주 업체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판매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진열 공간 부족: 대기업 유통망에서 전통주에게 할당되는 진열 공간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눈에 띄기 어렵게 만들고,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전통주 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전통주를 접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3. 온라인 판매 제한: 젊은 세대와의 단절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 우리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술, 특히 전통주는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할 수 없습니다. 왜일까요?
전통주를 포함한 주류의 온라인 판매는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특히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온라인 판매 제한의 문제점:
- 접근성 제한: 온라인 판매가 제한되면, 소비자들은 직접 매장을 방문해야만 전통주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야기하고,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저하시킵니다.
- 홍보 효과 미흡: 온라인 판매는 전통주 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채널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가 제한되면, 이러한 홍보 효과를 누리기 어렵습니다.
- 젊은 세대와의 단절: 젊은 세대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며, 새로운 술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가 제한되면,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 어려워지고,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물론 미성년자 음주 문제 등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성인 인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하여 전통주 시장을 확대하고, 젊은 세대에게 우리 술의 매력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4. 미흡한 정부 지원 및 홍보: 관심 부족의 현실
"정부에서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전통주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이런 푸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전통주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홍보가 너무나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전통주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부족하며, 전통주 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 개발 및 마케팅 지원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또한, 전통주 관련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 노력도 미흡하여 산업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 부족의 사례:
- 홍보 부족: 전통주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홍보 활동이 부족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술을 소개하는 노력도 미흡합니다.
- 연구 개발 지원 미흡: 전통주 품질 향상과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 지원이 부족합니다.
- 마케팅 지원 미흡: 전통주 업체의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부족합니다.
- 규제 완화 미흡: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전통주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이 미흡합니다.
물론 최근 정부에서도 전통주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5. 애매모호한 전통주의 정의: '전통'의 경계는 어디에?
마지막으로, 전통주의 정의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전통주'라는 이름은 붙어 있지만, 어떤 술이 진짜 전통주인지, 어떤 술이 정책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들여온 기술이나 재료를 일부 사용한 술도 전통주로 분류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오로지 우리나라 고유의 방식으로 만든 술만 전통주로 인정해야 할까요? 이러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면, 정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곧 전통주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해결 방안:
- 명확한 정의: 전통주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정책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 다양성 인정: 획일적인 기준보다는 다양한 전통주를 인정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 소통 강화: 전통주 업계 관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해야 합니다.
결론: 정책의 벽을 넘어, 우리 술의 미래를 밝히자
지금까지 전통주가 대중화되지 못하는 이유, 그 뒤에 숨겨진 정책의 벽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불합리한 주세법, 대기업 중심의 유통 구조, 온라인 판매 제한, 미흡한 정부 지원, 애매모호한 전통주의 정의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소중한 전통주가 있고, 이를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습니다. 이제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더해져야 할 때입니다.
주세법 개정, 유통 구조 개선, 온라인 판매 확대, 정부 지원 강화 등 정책적인 노력을 통해 전통주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전통주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우리 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정책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면, 머지않아 전통주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책의 벽을 넘어, 우리 술의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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