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느낀 적 있을 겁니다. 어떤 술은 입에 넣자마자 단맛이 풍부하게 퍼지는데, 또 어떤 술은 새콤하거나 깔끔하고 담백하죠. 같은 막걸리여도 제품마다 단맛이 천차만별이고, 같은 술이라도 시음 시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전통주의 당도, 즉 단맛은 무엇에 의해 결정될까요? 이번 글에서는 전통주를 구성하는 단맛의 비밀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술을 선택할 때 당도를 이해하는 기준을 제시해드릴게요.
1. 원료의 종류 – 쌀의 품종과 양조용 재료
전통주의 기본 재료는 쌀입니다. 그런데 이 쌀도 어떤 품종을 쓰느냐에 따라 단맛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멥쌀을 사용한 술은 쫀득하고 부드러운 단맛이 느껴지고, 찹쌀을 사용한 술은 보다 진하고 묵직한 단맛을 줍니다. 또한 최근에는 쌀 외에도 고구마, 옥수수, 보리, 감자 등의 곡물을 혼합한 전통주들도 있는데요, 이 재료들은 각각 고유의 당 성분과 향을 가지고 있어 술에 독특한 풍미를 더합니다.
원재료가 가진 당분의 함량이 높을수록 술에서도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며, 특히 숙성 전에는 그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2. 발효 기간과 숙성 정도 – 시간이 만든 맛
술의 당도는 단순히 ‘단 맛이 남아 있느냐’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술을 오래 발효하거나 숙성하면 효모가 당분을 대부분 먹어버리기 때문에 단맛이 사라지고 신맛, 쌉쌀한 맛, 쿰쿰한 풍미가 강해집니다.
그래서 ‘처음 만든 지 얼마 안 된 생막걸리’는 달콤한 요구르트 맛처럼 느껴지지만, 유통기한이 임박한 술은 단맛이 줄고 신맛이 올라오는 것입니다. 전통주의 당도는 결국 발효의 시계에 따라 변화하는 유기적인 맛이기도 합니다.
양조장에서는 이 변화를 일정 수준에서 멈추기 위해 살균 처리를 하기도 하고, 저온 보관을 통해 발효를 늦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없으면 술은 병 속에서도 계속 익어가며, 단맛은 점점 사라지고 숙성된 깊은 풍미가 자리 잡게 되죠.
3. 누룩과 효모의 종류 – 맛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
한국 전통주는 누룩이라는 발효제를 사용합니다. 이 누룩 안에는 다양한 효모, 곰팡이, 유산균이 공생하고 있어 술의 풍미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정 누룩은 아밀라아제라는 효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쌀의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는 효율이 높습니다. 이 경우 초기 당도가 매우 높아지며 단맛이 강한 술이 만들어질 수 있죠. 반대로 산을 많이 생성하는 유산균이 많다면, 술은 덜 달고 상큼하거나 톡 쏘는 신맛이 강조됩니다.
양조 방식에 따라 일부는 기성효모를 사용하여 일정한 단맛을 유지하려 하고, 어떤 양조장은 자연 누룩 발효로 개성 있는 맛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전통주가 다양하다는 건, 결국 이 누룩과 발효의 방식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4. 전통주 라벨에서 당도를 확인하는 법
시중에 판매되는 전통주 라벨을 보면 종종 ‘당도 ○○Brix’라는 표기를 볼 수 있습니다. Brix(브릭스)는 원래 과일의 당도를 측정하는 단위이지만, 술에서도 잔류 당분을 나타내는 데 쓰입니다.
예를 들어 Brix가 5 이상이면 달달한 맛이 느껴지고, 3 이하라면 깔끔하거나 드라이한 맛으로 분류됩니다. 단, 숙성 과정 중 발효가 계속되면 이 수치는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시음 시점에서도 당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5. 단맛으로 술을 선택할 때 팁
- 단맛이 강조된 술: 찹쌀막걸리, 생막걸리, 저온 살균된 주조식 청주
- 단맛보다는 깔끔함을 원하는 경우: 멥쌀 막걸리, 발효숙성 위주 탁주
- 단맛과 신맛이 공존하는 술: 유산균발효 막걸리, 숙성 생주
전통주의 매력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날은 단맛이 반갑고, 또 어떤 날은 깔끔한 맛이 당기죠. 하지만 오늘의 글처럼, 술의 당도를 이해하고 나면 더 섬세하게 술을 고르고 즐길 수 있는 눈이 생깁니다.
여러분은 어떤 맛의 술을 좋아하시나요? 한 병의 전통주가 보여주는 단맛의 깊이를, 오늘 저녁 한 잔과 함께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한국전통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통주와 유산균 – 막걸리에는 정말 장 건강에 좋은 균이 있을까? (0) | 2025.06.13 |
---|---|
전통주의 탄산은 인공이 아니다 – 자연 발효의 힘 (1) | 2025.06.11 |
전통주는 왜 냉장 보관해야 할까? – 보관법 따라 달라지는 맛 (2) | 2025.06.10 |
막걸리의 모든 것: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우리 술 (1) | 2025.06.09 |
전통 약주의 품격, 정성으로 빚은 술 이야기 (1) | 2025.06.08 |
막걸리의 재발견, 젊은 감성을 담다 (0) | 2025.06.07 |
술의 향기가 머무는 곳, 안동소주에 담긴 역사와 품격 (2) | 2025.06.06 |
전통주의 향기, '이화주'를 아시나요? (1) | 2025.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