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주

우리 술의 당도는 왜 다를까 – 전통주의 단맛을 결정짓는 3가지 요소

모리의정보 2025. 6. 1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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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느낀 적 있을 겁니다. 어떤 술은 입에 넣자마자 단맛이 풍부하게 퍼지는데, 또 어떤 술은 새콤하거나 깔끔하고 담백하죠. 같은 막걸리여도 제품마다 단맛이 천차만별이고, 같은 술이라도 시음 시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전통주의 당도, 즉 단맛은 무엇에 의해 결정될까요? 이번 글에서는 전통주를 구성하는 단맛의 비밀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술을 선택할 때 당도를 이해하는 기준을 제시해드릴게요.

1. 원료의 종류 – 쌀의 품종과 양조용 재료

전통주의 기본 재료는 쌀입니다. 그런데 이 쌀도 어떤 품종을 쓰느냐에 따라 단맛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멥쌀을 사용한 술은 쫀득하고 부드러운 단맛이 느껴지고, 찹쌀을 사용한 술은 보다 진하고 묵직한 단맛을 줍니다. 또한 최근에는 쌀 외에도 고구마, 옥수수, 보리, 감자 등의 곡물을 혼합한 전통주들도 있는데요, 이 재료들은 각각 고유의 당 성분과 향을 가지고 있어 술에 독특한 풍미를 더합니다.

원재료가 가진 당분의 함량이 높을수록 술에서도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며, 특히 숙성 전에는 그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2. 발효 기간과 숙성 정도 – 시간이 만든 맛

 

우리 술의 당도는 왜 다를까 – 전통주의 단맛을 결정짓는 3가지 요소

술의 당도는 단순히 ‘단 맛이 남아 있느냐’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술을 오래 발효하거나 숙성하면 효모가 당분을 대부분 먹어버리기 때문에 단맛이 사라지고 신맛, 쌉쌀한 맛, 쿰쿰한 풍미가 강해집니다.

그래서 ‘처음 만든 지 얼마 안 된 생막걸리’는 달콤한 요구르트 맛처럼 느껴지지만, 유통기한이 임박한 술은 단맛이 줄고 신맛이 올라오는 것입니다. 전통주의 당도는 결국 발효의 시계에 따라 변화하는 유기적인 맛이기도 합니다.

양조장에서는 이 변화를 일정 수준에서 멈추기 위해 살균 처리를 하기도 하고, 저온 보관을 통해 발효를 늦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없으면 술은 병 속에서도 계속 익어가며, 단맛은 점점 사라지고 숙성된 깊은 풍미가 자리 잡게 되죠.

3. 누룩과 효모의 종류 – 맛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

한국 전통주는 누룩이라는 발효제를 사용합니다. 이 누룩 안에는 다양한 효모, 곰팡이, 유산균이 공생하고 있어 술의 풍미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정 누룩은 아밀라아제라는 효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쌀의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는 효율이 높습니다. 이 경우 초기 당도가 매우 높아지며 단맛이 강한 술이 만들어질 수 있죠. 반대로 산을 많이 생성하는 유산균이 많다면, 술은 덜 달고 상큼하거나 톡 쏘는 신맛이 강조됩니다.

양조 방식에 따라 일부는 기성효모를 사용하여 일정한 단맛을 유지하려 하고, 어떤 양조장은 자연 누룩 발효로 개성 있는 맛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전통주가 다양하다는 건, 결국 이 누룩과 발효의 방식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4. 전통주 라벨에서 당도를 확인하는 법

시중에 판매되는 전통주 라벨을 보면 종종 ‘당도 ○○Brix’라는 표기를 볼 수 있습니다. Brix(브릭스)는 원래 과일의 당도를 측정하는 단위이지만, 술에서도 잔류 당분을 나타내는 데 쓰입니다.

예를 들어 Brix가 5 이상이면 달달한 맛이 느껴지고, 3 이하라면 깔끔하거나 드라이한 맛으로 분류됩니다. 단, 숙성 과정 중 발효가 계속되면 이 수치는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시음 시점에서도 당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5. 단맛으로 술을 선택할 때 팁

  • 단맛이 강조된 술: 찹쌀막걸리, 생막걸리, 저온 살균된 주조식 청주
  • 단맛보다는 깔끔함을 원하는 경우: 멥쌀 막걸리, 발효숙성 위주 탁주
  • 단맛과 신맛이 공존하는 술: 유산균발효 막걸리, 숙성 생주

전통주의 매력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날은 단맛이 반갑고, 또 어떤 날은 깔끔한 맛이 당기죠. 하지만 오늘의 글처럼, 술의 당도를 이해하고 나면 더 섬세하게 술을 고르고 즐길 수 있는 눈이 생깁니다.

여러분은 어떤 맛의 술을 좋아하시나요? 한 병의 전통주가 보여주는 단맛의 깊이를, 오늘 저녁 한 잔과 함께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