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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탐 없는 막걸리'가 진짜 좋은 막걸리일까? 감미료의 진실

모리의정보 2025. 10. 12.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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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막걸리를 고를 때, 병 뒷면의 성분표를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특히 '아스파탐' 이라는 단어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분들이 많아졌죠. 대형 마트의 막걸리 매대에는 '아스파탐 무첨가'를 자랑스럽게 내세운 제품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스파탐 없는 막걸리가 더 건강하고 좋은 막걸리’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아스파탐 들어간 막걸리는 이제 피해야 하는 걸까?", "돈을 더 주더라도 무(無)아스파탐 막걸리를 마시는 게 맞을까?"

오늘 이 글에서는 막걸리와 아스파탐을 둘러싼 논란의 진실을 속 시원하게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막걸리에 왜 아스파탐이 들어가기 시작했는지, 아스파탐 유해성 논란은 과연 사실인지, 그리고 아스파탐 없는 막걸리는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더 이상 막걸리 매대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1. 막걸리에 '아스파탐'은 왜 들어갈까?

우선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 봅시다. 쌀과 누룩으로 빚는 전통주인 막걸리에 왜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넣기 시작했을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① 맛의 표준화: '언제나 맛있는' 단맛을 위하여

막걸리는 살아있는 효모가 발효를 일으키는 '생주(生酒)'입니다. 문제는 이 발효 과정이 항상 일정하게 통제되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발효가 과하게 진행되면 시큼한 맛이 강해지고, 원재료의 상태나 환경에 따라 쓴맛이나 떫은맛이 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아스파탐은 구원투수 역할을 합니다. 설탕의 200배에 달하는 강력한 단맛을 내는 아스파탐을 소량만 첨가하면,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자잘한 잡미(雜味)를 덮고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달콤한 맛'을 언제나 일정하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느 식당에서 장수 막걸리 지평생막걸리 를 시켜도 늘 익숙하고 맛있는 맛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맛의 표준화' 덕분입니다.

② 원가 절감: 더 저렴하게, 더 많이

전통 방식 그대로 쌀을 듬뿍 넣어 막걸리를 빚으면 쌀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단맛, 즉 '감칠맛'이 풍부해집니다. 하지만 좋은 쌀을 많이 넣는다는 것은 곧 생산 원가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아스파탐은 이 딜레마를 해결해 주었습니다. 쌀의 함량을 조금 줄이더라도 아스파탐을 첨가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충분한 단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 덕분에 우리는 지금처럼 1,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막걸리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아스파탐은 막걸리의 대중화를 이끈 일등 공신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 아스파탐, 정말 '악당'일까? 논란의 진실

 

 

'아스파탐 없는 막걸리'가 진짜 좋은 막걸리일까? 감미료의 진실

본격적으로 논란의 핵심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작년 여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 2B군'으로 분류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발암 물질'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은 엄청나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발암 가능 물질 2B군"의 진짜 의미

IARC는 화학 물질 등의 암 유발 위험도를 4개의 군(1, 2A, 2B, 3)으로 분류합니다. 아스파탐이 속한 2B군은 '인체 발암 가능 물질(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 을 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2B군의 분류 기준입니다. 이는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결과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 에 해당합니다. 즉,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아주 작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단계로, '암을 유발한다'고 확정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놀랍게도, 우리가 즐겨 먹는 김치나 피클 같은 절임 채소,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자파 역시 아스파탐과 같은 2B군에 속해 있습니다. 우리가 김치를 먹을 때마다 암을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아스파탐에 대해서도 막연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하루에 막걸리 33병, 마실 수 있나요?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먹어야 위험한가'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파탐의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체중 1kg당 40mg 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ADI는 사람이 평생 매일 먹어도 유해하지 않은 양을 의미하며, 실제 무해한 양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설정된 매우 보수적인 기준입니다.

이를 막걸리로 환산해 볼까요?

체중 60kg 성인의 아스파탐 ADI는 2,400mg입니다. 시중 아스파탐 막걸리 (750ml) 한 병에는 평균 약 72.7mg의 아스파탐이 들어 있습니다. 즉, 이 기준을 초과하려면 하루에 막걸리를 33병 이상 마셔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양입니다. 대한민국 식약처 역시 "현재 섭취 수준에서 아스파탐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통상적인 수준으로 막걸리를 즐기는 분이라면 아스파탐의 유해성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3. '아스파탐 없는 막걸리'는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무아스파탐 막걸리 는 단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마케팅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스파탐의 유무는 건강 문제를 넘어 막걸리의 '맛'과 '철학' 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단맛을 낼까?

아스파탐을 넣지 않는 막걸리는 주로 두 가지 방법으로 단맛을 냅니다.

  1. 프리미엄 방식 (고품질 원재료): 아스파탐을 빼는 대신, 쌀의 함량을 대폭 늘려 쌀 본연의 자연스러운 단맛과 감칠맛을 극대화합니다.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인공적인 단맛이 아닌, 밥을 오래 씹었을 때 느껴지는 은은하고 기분 좋은 단맛이 특징입니다.
  2. 대체 감미료 사용: 아스파탐 대신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와 같은 다른 종류의 대체 감미료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막걸리 감미료 들은 아스파탐과는 다른 종류의 단맛을 내며, '제로 슈거' 제품에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맛과 가격의 차이

이러한 막걸리 성분 의 차이는 당연히 맛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 맛: 아스파탐 막걸리가 '콜라'처럼 직관적이고 강렬한 단맛 이라면, 무아스파탐 막걸리는 '평양냉면'처럼 은은하고 섬세한 맛 에 가깝습니다. 쌀 본연의 풍미가 더 잘 느껴지고, 마신 뒤에 입에 남는 텁텁함 없이 깔끔한 뒷맛이 매력적이죠. '막걸리 마시면 머리 아프다'는 막걸리 두통 속설도 이런 깔끔한 뒷맛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입니다.
  • 가격: 쌀 함량을 높여 자연의 단맛을 내는 방식은 당연히 생산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무아스파탐 막걸리는 보통 일반 막걸리보다 1.5배에서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됩니다.

4. 그래서 결론은? 당신을 위한 현명한 막걸리 선택 가이드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아스파탐 막걸리'와 '무아스파탐 막걸리' 중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하며,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돕기 위해 두 막걸리의 특징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구분 (Category) 아스파탐 막걸리 (Aspartame Makgeolli) 무(無)아스파탐 막걸리 (Aspartame-Free Makgeolli)
맛 (Taste) 익숙하고 직관적인 단맛, 대중적인 맛 쌀 본연의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 깔끔한 뒷맛
가격 (Price) 저렴함 (1,000원 ~ 2,000원대) 상대적으로 비쌈 (3,000원 이상)
장점 (Pros) - 뛰어난 가성비
- 실패 없는 익숙한 맛
- 어느 식당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음
- 쌀 본연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음
- 깔끔한 목 넘김과 뒷맛
- 원재료를 중시하는 가치 소비 가능
단점 (Cons) - 인공 감미료에 대한 심리적 찝찝함
- 맛이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음
-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 처음 마시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음
- 파는 곳이 제한적일 수 있음
이런 분께 추천 가성비를 중시하며, 달콤하고 익숙한 맛의 막걸리를 즐기고 싶은 분 가격이 좀 있더라도 쌀 본연의 깊은 맛과 깔끔한 술을 선호하는 미식가

결론적으로, 아스파탐의 유해성은 일상적인 섭취 수준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아스파탐 유무를 막걸리 선택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현명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렇게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파전과 함께 편하게 마실 달콤한 막걸리를 원하는가, 아니면 좋은 안주와 함께 술 자체의 맛을 음미하고 싶은가?"

익숙한 단맛과 뛰어난 가성비를 원하신다면 아스파탐 막걸리 는 여전히 훌륭한 선택지입니다. 반면,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쌀 본연의 순수한 맛과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무아스파탐 막걸리 는 그만한 가치를 선사할 것입니다.

이제 막걸리 매대 앞에서 성분표를 보며 고민하지 마세요. 당신의 취향과 가치관, 그리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즐기시면 됩니다. 그것이 바로 가장 건강한 막걸리 추천 이자, 우리 술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일 테니까요.